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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때로는 맛이 중요하지 않을 때도 있나보다 하필이지 이불빨래를 했는데, 그게 마침 장마기간에 걸려 마르려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때아닌 장마기간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젖은 이불이 나인 것 같은 그런 나날이다. 요즘은. 일이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Pizzas, Burrito, Tacos가 적혀있는 허름한 1평 남짓한 가게를 매번 지나가다가 이번엔 멈춰 섰다. 가게를 들어서자마자, 주인아저씨가 너무도 반겨주었다. 오랜만에 온 손님처럼. "Hola, Hermosa!" 이름을 물어본다. 아저씨의 영업스킬인가 보다. 아저씨가 나름에 호구조사를 이어나간다. 난생처음 보는 피자집 아저씨에게 오늘 내가 힘들었던 이야기를 보따리 꺼내듯 털어놓는 나. 지친 하루 일과가 끝나고, 기다리는이 들어주는 이 없는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9 내가 죽인걸까? 아님 네가 이 겨울을 견디지 못한 거니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내려가면 작은 화원이 있다. 이사 오고 나서 4월의 어느 토요일 오후, 그 화원에 들려서 맘에 드는 녀석들을 데리고 왔다. 주인아저씨에게 물으니 이름은 스페인어로는 Boca de sapo로, 한국어로는 금어초라고 한단다. 개구리의 입처럼 생겨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무거운 화분 4개를 양손으로 들고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느낌으로 설레며 돌아왔다. 이 녀석들의 취향을 검색해보았다. 목이 자주 마른 녀석들인지, 일광욕을 좋아하는가? 아니면, 그늘 밑에서 쉬는 걸 좋아하는가. 금어초에 대한 탐색전을 마쳤다. 내방의 빈 구석에 자리 잡은 네 명의 친구들을 내 나름의 정성대로 보살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햇살을 주기 위해서 커튼을 열고, 해가 더 오는 자리로 시간마다..
[스페인어 단어] arrepentimiento 후회 (동의어 remordimiento) 벌써 10월의 중순을 지나고 있다. 오늘 월요일 아침 만두와 산책을 나가며, Spotify Despertando Podcast를 들었다. 오늘의 제목은 'No te arrepientas de nada' 아무것도 후회하지 마 이다. 인생에서 후회라는 감정이 없을 수는 없다는 것, 때로는 우리에게 후회라는 감정을 일으켰던 행동들이 우리가 자초한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책할 필요도 없다. 모든 현상이 일어나는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고, 거기서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느끼느냐가 중요한 것. Yo me considero no soy un tipo de persona que cada vez arrepienta, pero hoy es la excepcion. Me arrepiento porque no he cam..
[리마 레스토랑] 가성비 최고의 무한리필 훠궈집 Chifa Yue Hao 이소정 작가의 『청두, 혼자에게 다정한 봄빛의 도시』를 읽으며, 추석을 맞아 리마에 가기 전 훠궈를 먹으며 친구들에게 얘기해 줄 재밌는 에피소드를 만났다. 중국에서 생긴 지 얼마 안 되는 욕 중에 '마라탕 국물까지 다 마실 놈'이라는 욕이 있다고 한다. 택시에서 합승한 중년 여성의 통화 장면이 촬영된 것인데, 딸이 남자 친구와의 결혼 허락을 부탁하고, 엄마는 남자 친구의 재산 수준을 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엄마의 기대를 못 미치자 엄마가 외쳤던 말이 "그렇게 가난해서야 마라탕 먹을 때 국물까지 다 마시겠네!"라고 했고, 그게 인터넷에서 엄청나게 화제가 되었고, 마라탕 국물을 마시느냐 안마시느냐의 토론마저 벌어졌다고 한다. 리마에서 사랑하는 레스토랑 중 하나는 훠궈를 파는 중식당 Yue Hao이다. 훠궈..
[아레키파 레스토랑] El Buda Profano '불경한 부처' 부조화의 끝판왕, 비건 일식집 굳이 해석하자면 '불경한 부처'라는 뜻을 가진 일식당인데, 메뉴는 불경하지 않다. 비건 일식당이다. 레스토랑을 들어가면 비건 식당인데 Fat Buddha(혹은 laughing Buddha로도 부른다) 불상이 머나먼 남아메리카의 땅, 그것도 가톨릭이 국교인 페루에서 손님들을 맞이한다. 주인마저 백인 외국인이다. 부조화의 끝을 달리는 작은 레스토랑이다. 아레키파 일식당을 지도에 검색하면 몇 안 되는 장소 중에 나오는 곳이다. 그것도 특이하게 비건 식당이고, 센트로에 위치해서 토요일 저녁 한 끼로 선정한 장소이다. Tripadvisor에 외국인 평도 나쁘지 않은 곳. 하지만, 한국 여행자들에게는 그럭저럭의 리뷰를 받은 곳. 레스토랑은 플라자 데 아르마스(Plaza de Armas)에서 걸어서 10분 내외로 위..
[스페인어 단어] imprescindible 필수 불가결한 (ft. 론니플레닛 선정 2020년 여행지) 2달간의 내 인도 여행의 길라잡이였던 론니 플래닛. 인터넷도 없이 책 한 권 들고 여행하던 그때 나의 길라잡이. 여행 분야의 바이블, Lonley Planet에서 2020년도에 방문해야 할 필수적인 여행지 (los destinos imprescindibles)를 선정하였다. 그중에서 남미가 3군데 포함이 되었다고 한다. 각 장소별 사진은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게끔 만드는 멋진 사진들이 실려있다. FOTOS | Los destinos imprescindibles de la 'Ultimate Travel List' 2020 de Lonely Planet | Gallery | CNN Lonely Planet publicó su nueva lista de viajes imperdibles, la 'Ultimate..
[아레키파 카페] 갓 로스팅 된 신선한 원두를 찾는다면? Salem 이 도시에서 로스터기가 있는 카페를 찾는 게 가장 급선무였다. 가장 커피를 잘하는 곳을 찾는다는 건 도시에 애정을 붙일 또 다른 이유 중 하나가 될 테니까. 아레키파에 로스터기가 있는 카페는 현재까지 발견한 곳은 두 곳뿐이다. 1. Kaffehaus Coffee roaster - Kaffeehaus on Google Find out more about Coffee roaster - Kaffeehaus by following them on Google g.page 독일인이 운영하는 곳이고, 센트로에 위치하고 있다. 카페 안은 하얀 유문암으로 건축된 건물 안에 위치하고, 카페 안으로 들어가면 작은 정원이 있어서 야외에서도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커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디저트도 판매하고 있는데, 와플이 정말..
#8 원하는 게 있다면, 밥그릇을 집어 던지듯 표현해봐 내가 사는 아파트 뒤편에는 큰 주택 하나가 있는데, 갈색 래브라도 한 마리가 살고 있다. 한 번도 가까이서 본 적은 없지만, 창문 너머로 항상 보이는 친구이다. 몇 번이고 웃음을 주는 이 녀석이 참 마음에 든다. 어떻게? 아침이고 오후이고 저녁이고, 배가 고플땐 자기의 스테인리스 밥그릇을 입에 물고 서성인다. 가끔은 집 지붕 위를 밥그릇을 물고 걸어 다니기도 한다. 그렇게 주인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 그 스테인리스 밥그릇을 입으로 집어던져버린다. 주인에게 욕구를 표출하는 최후통첩이다. 스테인리스가 바닥을 땡그르 구르는 소리가 들린다. 녀석의 귀여운 투정 소리이다. 자기표현이 너무나 명확하고, 기본에 충실하며 한결같은 이 녀석이 매번 눈에 들어온다. 강아지 마저도 자신이 원하는 걸 그렇게 표현하는데, 우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