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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키파/카페 & 레스토랑

[아레키파 레스토랑] El Buda Profano '불경한 부처' 부조화의 끝판왕, 비건 일식집

굳이 해석하자면 '불경한 부처'라는 뜻을 가진 일식당인데, 메뉴는 불경하지 않다. 비건 일식당이다. 레스토랑을 들어가면 비건 식당인데 Fat Buddha(혹은 laughing Buddha로도 부른다) 불상이 머나먼 남아메리카의 땅, 그것도 가톨릭이 국교인 페루에서 손님들을 맞이한다. 주인마저 백인 외국인이다. 부조화의 끝을 달리는 작은 레스토랑이다. 

El Buda Profano 입구

 

아레키파 일식당을 지도에 검색하면 몇 안 되는 장소 중에 나오는 곳이다. 그것도 특이하게 비건 식당이고, 센트로에 위치해서 토요일 저녁 한 끼로 선정한 장소이다. Tripadvisor에 외국인 평도 나쁘지 않은 곳. 하지만, 한국 여행자들에게는 그럭저럭의 리뷰를 받은 곳. 

레스토랑은 플라자 데 아르마스(Plaza de Armas)에서 걸어서 10분 내외로 위치하고, 성 카탈리나 수도원과 아주 가깝다.

4개의 작은 테이블과 해맑은 Fat Buddha 혹은 Laughing Buddha 

 

오픈 키친 &  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는 자리임과 동시에 매연도 흡입가능하다. 

메뉴판은 벽에 붙어있다. 맨 오른쪽 위에 세트메뉴도 제공하고 있다. 

메뉴판과 고객들을 위한 알코올 소독제가 놓여있다.

 

일행과 함께 먹을 수 있는 메뉴 Entremesas에는 텐뿌라튀김과 교자를 판매한다. 반만 주문할 수도 있다. 채소로만 구성된 세비체도 판매한다. 아주 작은 1인용 미소국과 샐러드도 있고, 디저트로는 초코 롤을 판매한다. 특이하게도 페루 전역의 일식당은 롤을 전부 Maki라고 부른다.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마끼가 아닌데 마끼라고 불러야 한다. 

Algo mas? 뭐 더 필요해? 고객의 환심을 살려고 한다. 스시볼과 라면을 판매한다. 이름은 초밥 볼이지만, Poke bowl로 보면 될듯하다. 밥 위에 채소, 버섯, 다시마 그리고 두부튀김이 올라가 있다. 라면은 미소가 베이스이고, 시즌별 채소와 다시마, 표고버섯, 두부튀김이 곁들여졌다고 한다. 

맨 왼쪽은 음료메뉴

불경한 부처 식당 답게 메뉴는 비건이지만, 맥주와 사케는 빠질 수 없다고 한다. 가게 이름과 메뉴들의 구성이 참 마음에 든다.

스시메뉴들. 잊지마시라, 모든게 비건인걸. 
2인과 3인 메뉴도 판매한다. 일식당에서는 와인이 빠지면 안되는가보다. 보면 볼수록 맘에 든다. 

 

내가 좋아하는 로맨틱 코메디 영화 중 넘버원을 꼽으라면 'This Means War' 디스 민즈 워이다. 톰 하디와 크리스 파인즈가 리즈 위더스푼을 놔두고 티격대는 이 영화가 너무 사랑스럽지만, 8년 전의 영화임에도 영화 초반부에 리즈 위더스푼이 운동복 차림으로 초라하게 외롭게 일식당에 들어가서 그녀를 맞는 종업원들의 대사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Sushi for one, Yeah! Always for one" (이게 이 영화의 포인트다.)

그래서 나는 혼자 입장하며 외친다. Mesa para uno, por favor(Table for one, please)!

오늘 저녁의 메뉴는 롤 세트 하나(combo fusion), 미소국(sopita de miso), 교자 반세트. 

프로 혼밥러의 토요일 저녁
비건 교자. 채소와 버섯으로 채워져있다.
16piece의 롤세트. 가격은 15솔. 개당 350원 정도랄까.
비건 롤, 아니 마끼

처음에는 단무지인줄 알았다. 망고라고 한다. 안은 오이, 아보카도와 버섯으로 채워져 있다. 생각보다 맛있었다. 

비건 마끼 2. 

또 다른 마끼는 비트, 시금치와 아보카도로 차있다. 건강한 맛이다. 괜찮았다. 다른 Hosomaki는 고구마튀김이 들어가 있다. 

처참한 미소국. 한입 맛보면 미소가 사라진다. 

미소국은 말그대로 처참했다. 보통 리마에 있는 일식당에서 미소국을 시킨다면, 적어도 새끼손톱만 한 두부 한 덩어리와 미역 한 가닥 정도는 나온다. 아쉽게도 미소국은 추천하지 않는다. 

오늘 저녁식사 한 끼 가격은 총 27soles(약 8,600원)이다. 비건 식당을 찾는 누군가, 아시아 음식이 그리운 누군가가 한 번쯤은 방문해봐도 괜찮지 않을까? 

향락을 즐기는 불경한 스님, El Buda Prof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