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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팬데믹이 덮친 리마, 내가 아는 그 도시가 더이상 아닐 때.

오전 11시 30분 어두운 리마 공항


여름을 지나 늦은 가을, 맛있게 익었기를 기대하며 한 입 베어 문 감이 너무 떫어 나도 모르게 "아 떫어!"를 외치며 입 안의 텁텁한 감각을 느끼며 퉤 뱉듯,  6개월 만에 돌아온 리마는 회색 도시라는 그 별명에 걸맞게 햇빛도 통과하지 못하는 습하고 축축한 기운을 뿜으며 나를 맞이했고, 공항에서 나가자마자 "아 싫어!"를 정말 입 밖으로 내뱉었다. 도착하자마자, 떠나는 날이 기대되는 도시다. 


서둘러 일부터 끝내고자 하는 마음이 커서 세관으로 향했고, 코로나 팬데믹이 이 도시에 끼친 영향은 서서히 몸소 느껴갔다. 

오랜만에 간 Callao 세관은 2층 고객지원 부서는 아에 문을 닫았고, 일이 끝나고 미라플로레스로 오는 길, 가끔 들리던 Interbank 은행이 문을 닫아 임대 현수막을 걸어놨고, 차 막히던 Pardo 도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눈에 익던 많은 레스토랑도 문을 닫았다. 숙소 근처 BCP은행에 해외송금 문제로 방문했다가, 옆 창구에 온 손님은 은행 직원의 상품 권유에 "No tengo trabajo!"자기는 직업이 없다며 단박에 거절하는 걸 건너 들었다. 

 


생기로움이 넘치던 2월 여름의 미라플로레스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도시의 공기는 그 어느 때보다 습하고 무거웠고, 사람들은 생기를 잃었고 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날카로웠다. 

미라플로레스에 들어올 때 탄 택시 아저씨가 국경이 닫혔는데도 외국인이 있는데 그 외국인이 거기다 위험한 지역 Callao에서 택시를 탄게 궁금했는지 이것저것 물으셨다. 약 20분간 오는 길, 대화는 페루의 현재 경제상태까지 다 달았다. 현재 정부는 경제에 아무 관심이 없고, 오히려 더 상태가 나빠지길 기다리고 있다는 것 같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살아남을 수 없는 기업들이 헐값에 기업을, 토지를 내놓는 것을 기다렸다가 부유한 기업이 매수하기 위해서 말이다. 특히나 광산 지역에서는 더더욱.


자연생태계에서 일어나는 도태는 순리에 따르는 것이다. 하지만 그 도태도 자연도태와 인위도태 두 가지로 나뉜다. 
이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도태는 전자인걸까 후자인 걸까. 축 처진 기운을 내뿜던 택시 아저씨의 말에 따르면 후자인 것일까? 도태되는 것들은 열등한 것이기에 제거되는 게 맞는 것일까? 

짧게 있을 리마에서의 일주일이 머릿속에 그려질듯 말 듯 한다. 반갑다, ciudad g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