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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유란, 나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내가 적고 많은 의미를 부여했던 물건들이 없어진다는 것. 그 사건을 통해 '소유'라는 의미를 다시 되돌아본다. 

 

 

 

새로운 도시로 이사하기 위해 약 2년 동안 살던 집에서 나 홀로 이사 준비를 하는 과정은 실히 끔찍했다. 감히 묵은 떼를 벗겨낸다고도 표현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2년이라는 시간이 보여주는 짐들이었다. 입지도 않는 많은 옷들, 여행을 다닐 때 들고 온 브로셔, 각종 식품들, 내가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던 잡화들, 많은 서류들까지...

버리기는 아깝고 하지만 누군가에게 유용할 수도 있는 물건들은 따로 빼두어 친구들에게 나누어주고, 내가 사는 아파트 경비아저씨 가족에게 넘겨주었다. 오랫동안 쓰지 않은 PS4 타이틀들은 중고로 팔아버렸다. 그렇게 어느 정도 정리를 하고 또 간추렸고, 필요한 물건만 담았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많은 박스들이 나왔다. 

 

이사 가는 길, 내 차에도 짐들이 꽤 많았었다. 뒷자석 만두를 위한 자리를 조금 빼고는 온통 짐으로 가득했었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하기 약 한 시간 반 정도 전 사고가 났다. 에어백은 터졌고, 잠깐 정신을 잃었고, 본닛에서 연기가 나오는 걸 보면서 차에서 뛰쳐나왔다. 내 한 몸 건사하기 위해서. 빠져나와 아스팔트 바닥에 쓰러져 앉아있는데, 주위에 사람들이 몰렸고 모두 괜찮냐고 물어보는 와중에 번쩍하고 만두가 머릿속을 스쳤다. 뒷문을 열고 만두를 아무리 불러 외쳐도 만두는 나오지 않았고, 마구잡이로 흩어져있는 내 짐들을 치우고 만두를 겨우 찾았다. 그리고 나는 엠뷸런스를 타고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 

 

 

그날 새벽 늦게가 되어, 내 사고 난 차량이 견인된 경찰서로 향했다. 애써 구분해서 잘 정리했던 짐들이 초토화되어 엉망진창으로 덩그러니 남아 있었고, 트렁크에 있던 내 단단한 캐리어마저 박살나버렸다. 그 어지로움 속에서 급하게 필요한 것들만 빼왔다. 분명, 이사할 때만 해도 필요한 것들로만 다 간추렸다고 생각했는데, 그중에서도 우선순위가 높은 물건들은 따로 있었다. 나는 많은 걸 리마에 놓아두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들고 갈 이 물건들만은 버릴 수 없는, 필수적인 것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사고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말이다. 소유의 의미는 무엇일까. 13시간의 운전 끝에, 사고 후에, 병원에서 검사를 다 끝난 후에, 나에게  정말로 절실했던 것은 따뜻한 샤워뿐이었다. 그때 내게 필요했던 건 씻을 수 있는 도구와 깨끗한 수건과 갈아입을 옷. 오로지 그것뿐이었다. 새벽녘에 전손 된 차량의 트렁크를 열었을 때 보였던 깨져버린 양키캔들도, 찢긴 연도, 박살나버린 캐리어도, 봉지까지 다 찢어져 내용물이 다 흩어진 식품들은 1000km를 떨어져 있는 새로운 도시를 향하는 데는 굳이 필요가 없는 소유물들이었나 보다. 

 

 

6개월이란 시간이 흘러 다시금 생각해보니, 내가 소유했던 그 물건들은 내가 살아가는데 절실한 것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사고 때 내가 뭘 잃어버렸는지 기억나지 않는 것들도 있다. 없어져도 그만인 그런 물건들을 나는 가득 끼고 살았던 것이다. 이삿짐을 준비하는데 3일이라는 시간을 썼는데, 결론은 생과 사를 넘어갈 뻔한 사고 앞에서 모두 사라져 버릴 물건들에 돌아오지 않을 허비한 것이다. 

 

욕심을 버리는 것도 연습하고, 애착은 물건에 두는 것이 아님을 더 깨달아 간다. 간절하게 소유해야 할 것은 내 인생임을. 오늘도 과거의 나로부터 한 발 짝 나아간다. 

 

 

 

이삿짐 정리 후 걸었던 2월 29일의 밤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