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순부터 시작된 페루의 락다운이 단계별로 완화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 기간 동안은 매주 일요일은 24시간 외출금지였지만, 2020년 9월 20일 일요일부터 해제되었다. 물론, 완전한 해제는 아니다. 개인 자가용의 사용은 금지이며, 통금시간은 저녁 11시 이후이며, 사회적 거리두기는 여전하다.
일요일 아침, 창밖을 넘어 걸어다니는 사람들의 모습마저 어색해 보인다. 만두와 아침산책도 여유롭게 즐겨도 됨에도 불구하고, 괜스레 눈치가 보여서 여느 일요일처럼 만두의 급한 용변만 보고 죄를 지은 것 마냥 빠르게 집으로 돌아온다. 프랜치 프레스로 커피를 내리고, 와플도 구워 푸짐한 일요일 아침을 준비한다. 잠깐 책을 읽다가 또 창밖을 바라본다. 주어진 자유가 이리도 어색해질 줄이야.
늦은 점심으로 파스타를 먹고, 자연스레 또 밖에 눈이간다. 분명 아침에 열지 않았던 집 앞 슈퍼가 뒤늦게 문을 열었다. 6개월 만의 자유에 모두가 방황하는 듯 보인다. 조금씩 자유를 받아들이고, 적응할 기간이 필요한가 보다, 모두에게.
문득, 시드니에서 짧은 회사생활을 끝내고 6개월간 배낭여행을 시작을 위해 시카고에 도착한 다음날이 기억난다. 오전 비행기를 타고 에콰도르로 가기 위해서, 아침 일찍 발걸음을 나섰다. 출근 시간에 멀끔하게 차려입은 직장인들과 회사의 굴레를 벗어나 무직자로 배낭여행을 메고 나서는 내 모습을 비교하니, 그때 당시에 그 제한 없는 자유가 왠지 옳지 않은 것이고,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은 기분을 가져다주었다, 내가 원해서 떠나온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남들 출근하고 알차게 하루를 살아가는데 나 뭐 하고 있는 거지?' 내겐 자유를 받아들이는데도 시간이 필요했다.
의무 격리가 완화가 가져다주는 자유, 원래 내 것이었던 이 자유를 다시금 천천히 흡수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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