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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초두효과, 다시 너와 사랑에 빠져본다

초두효과(Primary effect)는 말 그대로 처음의 느낌이나 경험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첫 남미 여행 때 방문했던 아레키파는 내게 강렬하게 각인되었고, 그래서 애틋함이 더 있었나 보다. 페루가 좋냐고 가끔씩 물어보는 페루 사람들의 질문에 '아레키파가 페루에서 최고의 도시야!!'를 남발하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옛날의 잔상을 좇아 또 인생에 새로운 챕터를 쓰고 싶어 아레키파에 왔지만, 오면서 교통사고가 나며 우여곡절을 겪었고, 예상치도 못한 쿼런틴이 시작되어 길고 긴 봉쇄기간 동안 갇혀지내면서 인정하기는 싫지만 힘든 시간들이었다. 6개월 동안 매일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하던 그 날씨는 마치 내가 갇혀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줄 때도 있었다. 

 

리마를 잠시 동안 다녀와서 아레키파를 돌아오는 길이 사실은 설레었다. 다시금 내가 사랑하는 도시에서 나를  리부팅하는 기회를 받는 것 같았다. 아침 6시 눈부신 햇살에 자연알람을 받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해 질 녘이 아름다운 이 도시에서의 나의 일상이 그리웠다. 바보처럼 그간의 힘들었던 순간들은 다시금 모두 잊어버리고, 다시금 이곳과 사랑에 빠진다. 

 

배부르게 저녁을 먹고, Plaza de Armas까지 산책을 다녀왔다. 이른 저녁, 발 밑으로 폭포소리를 들으며 Puente Bolognesi 다리를 건너 구름을 바라보며 광장으로 향하는 그 길은 오늘도 또 매번 언제든 설레는 길로 남을 예정이다. 다시 만나서 반가워 Arequipa! 

 

Puente Bolognesi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