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나, 눈을 뜨고 정신을 차리니 2021년 1월 5일이다. 지난 2개월이 조금 넘는 시간, 내 삶은 마치 늘어진 테이프 마냥 흘러갔다면, 2020년의 마지막 2달은 마치 빨리 감기 버튼을 눌린 듯, 모든 게 지나가버렸다. 빨리 재생되는 속도에 후렴구도 가사도 모두 음미할 놓쳐버린 것 같다고 할까나. 그 버튼은 내가 눌린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마지막 두 달간은 마치 요동치는 파도 위, 홀로 남겨진 보트 위에서 비바람을 들이맞으며 사투를 벌였던 시기였다. 그 사투는 육지로 돌아가기 위함도 아니오, 미지의 장소를 찾는 것도, 만선을 위함은 더욱더 아니었다. 그 사투는 단지 눈을 뜨기 위함이었다. 그 눈을 떠 내 위치가 어디인지, 내가 어디에 발을 들인 것인지 알기 위해 말이다.
2배속으로 재생하던 내 삶을 이제 다시 1.8배속으로, 또 1.5배속으로 늦추고, 마지막으로 다시 1배속 정상속도로 돌려놓아볼까 한다. 천천히, 다시금. 숨을 고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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